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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Boudary)_최은지작가

스칼라티움 | 2017.01.13 16:13 | 조회 817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132번째, 기획초대전 

132th  anniversary Exhibition Scalatium Artspace,

by  Choi Eun-Ji


경계 (Boudary)


 Artist. 최은지 / CHOI EUN JI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기획초대전 상암

2017년 1월 6일 (금) -  2월 10일 (금)

SCALATIUM ARTSPACE




경계(boundary) 3_ acrylic on canvas_112.1 x162.2_2015



최은지, 부재의 공간



 최은지의 작품은 일반적인 수평시점의 화면과는 달리 공중에서 내려다본 시점(視點)을 취하고 있다. 이런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몇 년전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기간 동안 우연히 바라본 고층빌딩 건물 옥상의 한가로운 쉼터가 눈에 들어오면서부터라고 한다. 대개의 도시가 그러하듯이 이스탄불 역시 번잡한 대도시인데 그런 곳에서 뜻하지 않게 적막한 공간을 발견하고는 생소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나는 고요의 공간을 발견하였고 이는 굉장히 내게 아이러닉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붐비는 고층빌딩 사이에서 뜻밖의고요의 공간을 만난 셈인데 이 고즈넉한 공간을 통해 반쯤은 안도감을 얻고 반쯤은 고독으로 표백된 듯한 야릇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지금의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이다. 




경계, 틈 1_ acrylic on canvas_ 91.0x233.6_ 2016


그의 시선은 부감의 시점을 취하지만 그렇다고 항공사진 찍듯이 등고선이나 지형지물을 기계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시점을 취하되 비스듬한 각도, 70,80도의 각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런 부감의 투시는 평범하게 보이던 것들을 보다 또렷하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도시의 공간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하는 측면도 있다. 최은지의 작품에서 찾아지는 흥미로운 사실은 인기척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테이블과 의자는 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누군가 분명히 여기서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하고, 햇빛도 즐기고, 차도 마셨을 텐데 그의 화면에는 정적만 감돌 뿐이다. 화면에 놓인 의자, 소파, 탁자, 화분에서는마치 혼자 남겨진 섬처럼 외로운 느낌을 안겨다 주고 플랫한 색면과 선, 직물의 패턴에서 느껴지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반듯함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직된 느낌마저 갖게 한다.




경계(boundary)8_ acrylic on canvas_ 89.4x130.3_2016



화면을 가르는 선들만 해도 사선과 직선으로 다른 면과 분리되어 있다. 아니 단절되어 있다는 인상이 더 강한다. 즉 공간은 다른 공간과 어울리거나 섞이지도 못한 채 단절되어 있는 셈이다. 색채에 있어서도 작가는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게 중성적인 색상을 기용한다. 즉 회색 지대에 머무르는 도시공간을 표상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현대인은 불편함없이 살아가지만 무언가 메마르고 결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와 비슷한 화가로 우리는 미국의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를 떠올릴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인간의 고독과 공허를 표현한 그는 호텔이나 기차 안, 심야식당, 도심의 룸, 카페에서 밤샘을  하는 사람들 등 도시의 메마른 일상과 현대인의 고독 등을 표현하여 영화나 연극, 광고 등에 오마쥬되곤 한다. 그래도 호퍼에 있어선 인물이 등장하였다면, 최은지의 경우엔 이마저도 등장하지 않는다. 호퍼가 주인공들로 하여금 소외의 문제를 강조하였다면, 최은지는 인물을 지워버림으로써 단절현상이 더욱 강화되었음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경계(boundary)9_ acrylic on canvas_ 130.3x89.4_2016


최은지가 전달하는 이러한 단절감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현대인은 더 이상 함께 농사를 짓고 품앗이를 하며 같은 고장의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기호대로 문화를 누리는 경향이 있다. 단지 이들을 묶어주는 강력한 문화는 바로 소비이다. 현대사회에서는더 많은상품, ‘새롭게 개선된상품만이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유일한 위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즉 우정, 친밀함, 사랑, 행복, 기쁨은 모두 상품의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 재능, 직위를 동원하여 우리의 생산성과 인격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았음을 증명해야한다. 사실상 이러한 태도는 인간의본질적인 독특성이나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부인한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인식 속에서 사물에 의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절대로 복제될 수 없는 삶의 인간적인 속성들은 위태로와질 수밖에 없다.







경계, 틈 2_ acrylic on canvas_ 200.0x80.3_2016







경계(boundary) 4_acrylic on canvas_97.0x193.9_2015




우리는 최은지의 작품을 통해 인간은 사라지고 기물만 존재하는 물상화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그 세계는 강압적이지도 선동적이지도 않다. 무엇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파장은 광범위하고도 심각하다.


작가의 감정을 애써 관객에게 부담 지으려고 하지 않지만 그 기저에는 현대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 나와 너의 관계가 끊어지고나와 사물’(마르틴 부버) 간의 돈독한 관계에 주목하는 작가의 번뜩이는 통찰이 흐르고 있다. 싸늘한 공간과 긴장된 직선과 사선, 선들의 충돌이 가져오는 모종의 불안, 공허감을 느낄만큼 텅 빈 공간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경계(boundary) 1_ acrylic on canvas_130.3x162.2_2015



최은지의 세련되고 정돈된 풍경화에는 인간의 술렁거림이나 온기 대신 숱한 기물들이 등장한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말쑥한 사무실 또는 몇몇 테이블만이 눈에 띌 뿐이다.  과감하게 구획된 공간, 인위적으로 분할된 면과 날카롭게 충돌하는 모서리, 위태롭게 바닥에 세워진 벽채, 부조화의 색상들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유발한다. 근작에서는 면과 면, 색과 색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과잉된 물상의 세계를 더 강조하고 있다.





경계(boundary)7_ acrylic on canvas_ 97.0x130.3_2016




그가 이런 풍경에 매력을 느껴서 일까, 그런 생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감지되는 것은 어떤부재의 의식이다. 상품논리에 의해 밀려난 인간의 자리, 거짓된 안정감과 가짜 성취가 만들어낸 존재론적 빈곤을 고발하는 발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은지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파헤쳐 우리로 하여금 경각심을 환기시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사실은 지각을 흔드는 모종의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모든 정념을 불태워 버린 사람처럼 냉철함을 잃지 않고 실상을 파악하는 시각이 그처럼 침착할 수가 없다.

평론 /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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